민구홍은 중앙대학교에서 (넓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SFPC)에서 (좁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습니다. 안그라픽스를 거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Workroom)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을 운영합니다. 옮긴 책으로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Forget all the rules you ever learned about graphic design. Including the ones in this book.)』가, 기획하고 편집한 책으로 『생활 공작』, 『헤비듀티』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아름다워졌소.
층층마다 빛나는 램프를 걸어놓은 빌딩들처럼,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소.
장물은 늘 넘칠 만큼 있소.
발뒤꿈치를 모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을 한번 외우고
나서 우리가 납치한 것을 믿으면 되는 일이라오.
우리의 견인 넘버는 자꾸만 길어지겠지만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불편이란 없소.
그뿐이오.
우리는 이제 너무 아름다워져 다른 것을 알아볼 수 없소.
한치 앞도 여기에 덧붙일 수 없소.
층층이 올라가는 빌딩들처럼 우리는 우리 발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소.
토마토가 있다 세 개 붉고 둥글다 아니 달콤하다 그 옆에 나이프 아니 달빛 토마토와 나이프가 있는 접시는 편편하다 접시는 평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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